론! 리치 1판, 치또이쯔 2판, 도라 2판, 적도라 2판, 뒷도라 2판 배만 24 000 점

마작은 머리 1개, 몸통 4개를 만드는 게임이다. 물론 꼭 그렇게 만들지 않아도 화료할 수는 있지만 일단 기본은 그렇다. 마작이 다른 게임들과 다른 점은 화료 하기 위한 마지막 패는 남이 버리거나 내가 가져와야 한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게임 진행은 하나를 가져와서 하나를 버리는 형태로 진행 된다.

개인적으로 마작의 가장 불합리한 점은, 그렇기에 가장 재밌게 할 수 있었던 점은 정보가 공개 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텍사스 홀덤은 공통 카드가 5장이기 때문에 상대의 족보를 예측하기 좋다. 체스나 바둑은 아예 모든 정보가 공개 되어 있다. 체스의 경우 이 말이 이동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정해져 있고, 바둑의 경우 상대의 전략을 파악하는 게 어렵지 기본적으로 돌 자체는 모든 곳에 둘 수 있고, 공개가 되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체스와 바둑은 치열한 전략 게임이 되었고, 홀덤은 치열한 심리전이 되었다. 게다가 홀덤이 마작보다 좋은 점은 내가 불리하면 포기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마작은 그렇지가 않다. 무조건 모든 패를 소진하기 전까지, 누군가 화료하기 전까지는 그 라운드에 앉아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억울한 라운드가 생긴다. 내가 정말 큰 점수로 화료 하기 좋았는데 누군가 작은 점수로 빠르게 화료 한다면 다음 라운드가 시작되기 때문에 억울하다. 또한 내가 정말 불리해도 계속 그 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앉아 있어야 한다. 물론 하다 보면 요령이 생기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그걸 깨닫기 전까지 이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게임인지 알기가 어렵다. 게다가 마작은 단순히 머리 1개, 몸통 4개를 만든다고 끝이 아니라 그 패에 대한 점수 계산-예측도 필요하다. 같은 패로 화료 해도 그 라운드에 따라 점수는 천차만별이다.

마작에는 그런 불합리함에 대한 말들이 많이 있다. “텐파이까지는 실력이지만 화료는 운이다.” “내가 하면 기회를 잡고 빠른 화료를 만드는 훌륭한 패, 남이 하면 고작 역패 하나로 마작을 날로 먹는 악질적인 패” “안 될 것은 미리 정리하는게 정신 건강에 이롭다.” “첫 줄에 5, 6, 7, 8 같은 거 버리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방총하지 않는 마음!” “어쨌든 판수로 밀면 랭크는 올라감”

나는 매일 출퇴근길에 마작을 한 판씩 한다. 어떤 날은 내가 크게 점수를 많이 따고, 어떤 날은 크게 점수를 잃고, 어떤 날은 크게 점수를 땄지만 관리를 못해 순위가 떨어지기도 한다. 그런 과정 속에서 나는 삶을 배운다. 삶과 마작의 공통점은 제로섬적인 부분이 많다는 것과 정보의 부족함이 있다. 내가 모든 걸 알기 어렵기 때문에 운에 기대야 하는 부분도 있고, 내가 잘한 것 같아도 남이 운이 좋아서 더 빨리 화료 하면 그 라운드에 미련을 둘 것이 아니라 다음 라운드를 차분하게 준비해야 한다. 심지어 그 판 내내 운이 안 좋았어도 다음 판은 괜찮겠지, 마작은 원래 이런 게임이다. 하면서 심신 안정을 도모 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어쨌든 판수로 밀면 랭크는 올라가니까. 어쨌든 게임은 즐기기 위한 것이고 마작은 마인드 컨트롤이 중요한 게임이니까.

그렇기에 마작은 회복 탄력성에 대한 실험이다. 그 라운드, 그 판이 좋지 않아도 다음 라운드, 다음 판은 괜찮을 거라는 믿음, 다음 판을 하기 전에 휴식과 복기를 통해 기력을 충전하고, 잘못한 수를 찾는 것 그러면서 회복 탄력성에 대해 실험해본다. 어떤 컨디션일 때는 어느 정도의 휴식이 필요한가? 복기를 하면서 더 나은 전략, 더 나은 상대 패의 예측은 어떻게 할 수 있는가? 모든 것이 다 안 되더라도 어쨌든 꾸준히 하면 랭크는 올라간다는 믿음으로 하루하루 치고 있다.

언젠가 게이머의 최종 루트는 마작이거나 TRPG가 된다. 라는 말을 보고 마작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2023년 올해에 기회가 닿아서 마작을 치게 되었고,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친구들과 함께 많이 배우고 있다. 삶의 기술이란 그런 종류의 것들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 휴식, 복기, 어쨌든 꾸준히 하면 된다는 믿음, 적당히 운이 안 좋았네 하면서 놓아버리는 마음가짐까지 말이다. 이것을 다른 것들에게도 적용해보려고 한다. 컴퓨터 과학, 일, 삶의 전반에 걸쳐서, 의외로 삶을 사는데 큰 재주가 필요한 것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