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 : 정이 많다. 정 : 오랫동안 지내 오면서 생기는 사랑하는 마음이나 친근한 마음

그러니까 다정은 정이 많은 것이고, 정은 사랑을 이야기하는 거죠. 보통 사랑이라고 하면 연인 간의 로맨틱한 사랑을 이야기하는데, 그렇게 압축할 필요 없이 친구나 지인으로 지내는 것도 어느 정도 사랑이 필요한 일이죠. 여기서 이야기하는 사랑은 인류애처럼 좀 더 포괄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오늘은 그 다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다정한 사람, 그러니까 다정이라는 건 아무래도 사람을 좋아한다 라는 뜻이라고 할 수 있어요. 흔히 다정한 사람은 친절하고, 사근사근한 사람을 이야기하니까요. 그렇다면 정말 그런 사람만 다정한 사람이냐 라고 한다면 그건 아니겠지요. 왜냐하면 사람을 좋아하는 방식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정한 사람, 그러니까 사랑이 많은 사람의 공통된 속성을 꼽는다면 남의 행복을 바란다는 점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주변 친구들이, 혹은 애인이, 혹은 누군가의 행복을 바라는 것, 그것이 사랑이고, 다정이겠지요. 하지만 삶이라는 것이 언제나 그러하듯 항상 행복할 수는 없어요. 그렇기에 자신이 아닌 남의 행복을 바라는 사람은 귀한 법이지요.

사람은 각자만의 다정이 있는 법이에요. 이를테면 나에게 공감을 잘해주는 것,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것 모두 다정을 표현하는 방식의 일부가 되죠. 제가 누군가에게 다정을 가장 잘 느끼는 순간은 나에게 설명해주는 순간이에요. 전 안타깝게도 남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은 아니며, 딱히 그 사람을 크게 신경하지 않고 행동하는 편이기도 해요. 논리적으로 비논리적인 말과 유머를 하는 편이기도 하죠. 그건 삶이 너무 지루해서 재밌게 살아가려는 노력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의문을 던지는 방식이기도 해요. 정말 이게 이렇게 안 될까요? 이걸 이렇게 생각해볼 수는 없는 걸까요? 라는 의문인거죠. 그런 저는 제가 제일 건강한 상태가 머리는 차분하고, 쾌적하며, 마음은 뜨거운 상태라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심장은 뜨겁거든요. 그런 제가 다정함을 느끼는 순간은 저에게 누군가 설명해주는 순간이에요.

아마도 저와 이야기를 나눠보신 분들은 제가 의견을 관철하는 모습을 한번은 보셨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저에게 설명하고,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는 사람을 저는 다정하다고 느껴요. 그건 꽤나 큰 에너지가 드는 일이자, 꽤나 많은 다정을 필요로 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제 삶의 순간에는 그런 의견들이 많이 있었고, 그것들이 쌓여 이렇게 자라게 되었죠. 아무래도 그런 부분들에 있어 자기 의견을 관철하는 친구들은 내가 계속 자주 걸리는 부분들에 대한 조언을 주는 편이었고, 나침반과 지도를 잃어버렸을 때 다시 찾아주는 조언이었죠.

아마도 이런 모습들, 고집이 세다던지,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모습들, 했던 일들을 수정하는 모습들에 대해 강하다고 평가될지도 모르겠어요. 혹은 성취적이고 진보적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어요. 종종 그런 이야기들을 듣기는 해요.하지만 전 제 삶이 일보전진이라기 보단 해야했어야 하기 때문에 했다고 생각해요. 로버트 맥기의 시나리오 어떻게 써야하는가에 보면 사람은 그렇게 해야했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 라고 설명 되어 있는데 크게 동의해요. 실제로 삶은 그렇게 했어야하는 많은 이유들로 인해 그렇게 살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어떤 이유에서든 그런 의미로 제가 남에게 설명하는 삶은 단편적이고, 과장되어 있으며, 가끔은 거짓이 섞여 있기도 하죠. 그것이 잘못 되었냐고 한다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증명할 수 없는 것들은 거짓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이야기는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야기는 진실을 위한 것이 아니니까요. 그것이 실제로 삶을 기반으로 한 에세이라고 할지라도 말이죠. 삶은 무척이나 지루한 것이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모습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무척이나 반갑고 고마운 일이에요. 어쩌면 그것도 다정의 일부라고 볼 수 있겠죠.

저는 스무살 때부터 바에 다니다 보니 바텐더들이 익숙한 사람인데 바텐더들은 참으로 다정한 것 같아요. 어쩌면 다정한 바텐더가 있는 바에만 갔을지도 모르지만, 전반적으로 바테이블에 앉았을 때 다정하지 않은 바텐더는 잘 못 본 것 같아요. 그 중에서도 20살 때 처음 만났던 바텐더가 무척이나 기억에 남는데 그는 2019년쯤 월드클래스에서 우승하고 다른 바로 옮겼다가, 2023년에 다시 만나게 되었어요. 세월의 무게를 정통으로 맞은 모습에 안타까우면서도 여전히 다정하고 맛있는 술을 만들더라구요. 오랜만에 만나서 많은 이야기들을 하다보니 인연이라는 건 참으로 신기하더라구요. 이제는 저도 그렇게 매주 바에 갈만큼 몸이 건강하진 않지만 종종 생각날 때가 있는 사람이에요. 아무래도 20살 때 존경했던 몇 안 되는 어른이었다보니 더 그랬을 수도 있구요. 그래서 종종 생각나서 찾아가게 되는 사람, 음 저도 누군가에게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