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에 다들 무사히 잘 보냈길 소망해봅니다. 원래라면 꽤나 정돈 하려고 노력한 메일이 나갈 예정이었으나 이번 여름은 유독 크게 정신이 없었던 관계로 양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먼저 처음으로 더위를 먹은 여름인데 저는 추운 것보단 더운게 낫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올해 여름은 유독 더운지 몸살과 감기, 더위 먹음으로 꽤나 고통스럽게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제 입추이고, 바람에서도 조금 선선함이 느껴지니 괜찮지 않을까 하고 낙관해봅니다.

여름엔 원래 좋은 기억 밖에 없는데 이게 더위에 나쁜 기억이 다 녹아서인지, 아니면 새로운 시작과 끝을 함께 해서인지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저에게 여름은 새로운 시작과 끝, 대표적으로 생일이 있는 그런 계절입니다. 올해 여름은 건강 상으로 최악을 달리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새로운 시작과 끝이 있어 좋았습니다.

작년 여름엔 방송통신대학교를 입학했고, 재작년 여람에는 상담을 졸업했죠, 올해 여름은 드디어 나로써 뿌리를 넓히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떤 의미로든 위기가 오는 편인데 그것을 지지 하는 기둥을 만들고, 올리는 일에 능숙해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는 그동안 많이 괴롭혔던 생각들이 정리가 되어 간다는 뜻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한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위기를 마주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지만 이는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의미에서 이제껏 그래왔듯 앞으로도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삶은 안타깝게도 딱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며, 무한히 변주되기 때문입니다.

올해 여름에 제일 크게 깨달은 것이 있다면 배움에 대한 가치입니다. 알고만 있는 지식은 쓸모 없다 같은 흔한 이야기보단 배움은 꼬질한 나를 견디는 것이다. 라는 이야기가 하고 싶습니다.

올해 여름엔 새 회사에 새로운 분야로 들어갔고, 덱빌딩이라는 새로운 류의 게임에 도전을 해보았으며, 그토록 배우고 싶어하던 마작을 해보았고, 계획을 짜보기 시작했으며, 머리 속에서만 맴돌던 많은 것들을 정리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배움은 꼬질한 나를 견디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맘에 안 드는 나를 견디고 꾸준히 무언가를 하는 게 배움이니까요. 일반적으로 정의하는 배움의 정의와는 다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꾸준히 무언가를 하는데 무언가는 배울겁니다. 이를테면 마작은 운이 많이 필요한 도박겜이다 같은 거요. 그럼 적어도 돈이나 딱밤을 걸고 마작은 안치겠죠.

논리를 조금 더 비약적으로 점프해서 이건 삶하고도 무척이나 비슷한 느낌입니다. 흔히 삶에는 다 때가 있다고 하는것처럼 배움도 다 때가 있으니까요, 배움의 때라는 건 단순히 10대에는 인간관계에 대해 배워야하고, 기초 지식을 배워야한다 보다는 꾸준히 무언가를 하더라도 그것이 성과로 나오는데는 때가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사실 삶이야말로 큰 배움 아닐까요? 어쨌든 인간은 아직 시간을 정복하지 못했으며, 비가역적이고, 꾸준히 자신을 견디고 하는게 배움이라면, 삶은 이미 그런 종류의 것이니까요. 아무튼 요새는 그렇게 보내고 있습니다. 울고 웃고 짜증내고 피곤해하면서 말이죠.

퇴고가 안 된 상태로 글이 나가 썩 미안한 마음은 들지만, 본디 퇴고를 그렇게 많이 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아무래도 글은 현재의 스냅샷이라고 생각하는 편이고, 퇴고하는 과정에서 그것이 변질될 수 있는 염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날 것의 스냅샷보다는 잘 정리된 스튜디오 사진이 필요한 때가 있기 마련이고, 스냅샷이라고 보정을 안하는 건 아니니까요. 요새는 조금 더 정돈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