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지만, 자연에서 자라는 장미를 본 사람도 드물다. 장미는 여름의 시작에 피고, 덩쿨 모양으로 자란다. 천안에서 일할 적에 여름의 시작엔 항상 장미가 있었다.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하면, 빨간 장미들이 검붉은색으로 바뀌면서 잎을 하나 둘 떨어뜨리다가 마침내 다시 덩쿨이 되는 모습을 3번이나 보았다.

아무래도 장미는 선물로 흔하게 받는 꽃이다. 어느 꽃가게를 가도 장미가 없는 꽃가게는 없을 정도로 말이다. 나 역시도 합정역 환승 통로에 있는 꽃가게에서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로 장미 한 송이를 몇 번이나 산 적이 있다. 장미를 처음 선물로 받았던 건 2018년도쯤으로 기억한다. 그때 한창 나는 성인식을 보낼 나이였고, 그래서 오프라인에서 나를 본 친구들은 다들 장미 한 송이를 사주었다. 그러면서 나도 처음 오프라인에서 본 친구들에게 장미 한송이를 사주고 드라이플라워까지 만들다가 어느 순간 안하게 되었다. 벌레 꼬이는 것도 꼬이는 거고, 꽃을 볼 정도의 여유가 없어서 그랬을 것이다. 그러다 한 작년 여름 쯤 합정역에서 출근을 위해 환승하고 있는데 코 끝에 장미향이 스쳐 지나갔다. 사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은 느낌과 함께 사게 되었고, 아침에 무척이나 행복했다. 그 뒤로도 몇 번이나 더 샀고, 최근에는 분홍색 장미에 파란색으로 염색된 장미를 사서 사무실에 두고 있다.

장미는 많은 상징들을 가지고 있다. 성인식에서 받는 장미는 성년을 맞이한 청년에게 무한한 사랑과 열정이 계속 되길 바란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통상 빨간 장미는 낭만적인 사랑을, 하얀 장미는 순수함을, 분홍색 장미는 감사와 성실을, 노란 장미는 질투와 우정을, 보라색 장미는 불완전한 사랑을, 검은 장미는 증오와 영원한 사랑을, 파란 장미는 불가능에서 기적으로 바뀌었고, 무지개 장미는 행복과 기쁨을 상징한다. 송이에 따라서도 꽃말이 다른데 흔히 알려진 건 빨간 장미 100 송이가 100% 사랑을 뜻한다. 파란 장미는 원래 만들 수 없어 불가능이었다가 유전 공학을 이용해 만들면서 기적, 포기하지 않는 사랑으로 뜻이 바뀌었다. 무지개 장미 또한 자연 상태에서는 없는 것으로 염색을 통해 만든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흑장미는 있는데 완전한 검은색 보다는 검은 붉은색에 가깝다고는 하지만 터키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다고 한다.

사실 나에게 익숙한 장미는 빵과 장미에서의 장미가 아닌가 싶다. 빵과 장미에서 빵은 생존권을 장미는 인간의 존엄성과 참정권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사회민주주의 정당에서 당 로고에 많이 쓰는데 한국에서는 노동당에서 쓴다. 어쩌면 성인식의 장미는 참정권에 대한 축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스쳐 지나간다.

장미를 스스로에게 선물로 주었고, 이걸 사무실에 두고 관상할 것이다. 라고 말하니 누군가 나에게 꽃이 왜 좋은지 물어봤다. 꽃은 유한하게 아름다우니까 좋다. 꽃은 오래 가진 않지만, 다음 해 비슷한 때에도 볼 수 있으니까 좋다. 3월에는 매화가, 4월에는 벚꽃이, 5월에는 배꽃이, 6월에는 장미가, 7월에는 백합이, 8월에는 해바라기가 피는 것처럼 그 때에만 볼 수 있기에 좋은 걸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한 해 한 해 가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으면, 올해도 제법 나쁘지 않게 살았다 라는 기분이 드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