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퇴사를 했다. 퇴사한 이유가 있나요? 라고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교대근무에 지쳤고, 프로그래밍을 하고 싶다, 더 공부에 집중하고 싶다 라는 말로 퇴사하긴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 회사에서는 많이 배웠다. 기본적인 서버 관리에 관한 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로그를 보고, MySQL 을 관리하고 그런 것들을 많이 익혔다. LAMP 스택이라는 거 꽤나 흥미롭긴 했다. PHP가 현재 사양세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SSR 이라는게 트렌드라는 것을 보았을 때 역시 PHP 는 조금 더 일관되게 개발이 되었다면 좋았을 거란 생각을 해본다. 물론 여전히 PHP는 쓰인다. 워드프레스에서, 어느 일본 사이트에서, 어느 프랑스에서 사이트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PHP 는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보안이나 뭐 그런 부분들 때문이다.

퇴사를 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하니 불안이 앞선다. 대학에 집중하는 건 집중하는 건데 아무래도 삶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 사실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 자체보다는 좀 더 본질적인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에 대한 회의나 불안일지도 모르겠다. 과연 내가 삶을 잘 영위나갈 수 있을까란 불안과 같이 드는 것 같다.

안타깝게도 나는 프로그래머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첫 회사에서 들었던 돈 받으면 프로라는 말처럼, 직업으로써 프로그래밍은 해본 적이 없으니까, 그렇다고 무언가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기엔 지식이 모자르다. 예를 들어 게시판을 만든다고 한다면 대충 웹서버를 설치하고, DB를 설치하고, DB 구조를 짜고, 프로그램으로 로직을 구현하고 테스트한 뒤에 certbot 에 cron 을 이용해 TLS 인증서를 발급 받는다의 개략적인 지식은 있지만, 각각을 수행하기는 무척이나 힘이든다. 동시에 내가 불안한 이유는 내 스스로 재밌게 프로그래밍을 해본 경험이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단순히 책보고 따라 치는 건, 그렇게 재밌지 않으니까, 결국은 주체적인 경험이 필요한 건데 백준 같은 곳에서 알고리즘 문제라도 풀면서 그 감각을 익혀야하나 싶다.

어쨌든 해본 것 중에는 CS(컴퓨터 과학)이 제일 재밌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하지만 프로그래머도 직장인인 걸요! 단순히 생각해보자구요! 공무원이나 뭐 그런 다른 직업들은 그렇게 안하잖아요! 라고 한다면, 그게 맞다. 내가 성장 지향적 문화를 잘못 주워 먹었을 거란 생각을 항상 하긴 한다. 그렇게 스스로 다독이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일단은 대학교부터 무사히 잘 마무리해야지.

항상 과제나 그런 것들을 할 때마다 아 내가 대학교 다녔던 친구들을 놀렸던 과오일까 하고 되뇌이게 된다. 방송통신대학교 누가 보면 참 별볼일 없는 학교일수는 있겠지만, 나에겐 소중하다. 그래서 과잠도 자주 입고 다닌다. 방송통신대학교가 과잠이 있어요? 라고 묻는다면, 네 놀랍게도 있더라구요. 색상은 버건디, 다행히 나와 잘 어울리는 색이라 좋다. 등 부분에는 자주 보는 스트리머의 사인이 그려져있다. 아무래도 그런 사인까지 있으면 더 소중하니까. 방송통신대학교가 비교적 수업의 질이 일관되고, 과제도 비교적 쉬운 편인데 교양수업이 힘들다. 선생님 아니 교수님 그 교양과제가 사악해요, 그 아니 그,,, 사실 성적 평균 B+ 이상으로 졸업하려니 그렇게 으아아 하는 건데, 뭐 일단은 최선을 다해봐야지 2022년 2학기에 C가 나왔던 C++ 과 D가 나왔던 대학영어도 계절학기 수강해야하고, 근데 암만 생각해도 영어 교수님 제가 싫었죠.? 물론 내가 기말을 이쁘게 말아먹은게 크긴하다. 그치만, 과제 점수가,,, 대학교 과제를 하면서 느낀 건 생각보다 대학교 과제라는 것은 정규화된 틀을 많이 요구한다는 것이었다. 아닌가 내가 글을 너무 과제처럼 안 썼나, 확실히 블로그에 글을 쓸 때와는 다른 감각, 예전에 중-고등학교를 다녔을 때의 감각을 다시 기억해서 작성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우리 학교 특성상 조금 자유로운 면은 있지만서도 교양은,,, 역시 힘들어요.

최근에 MBTI 검사 외에도 16가지 유형에 대한 검사와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음 나 ENTP 이구나 라는 결론을 내렸다. 비이성적으로 창의적인 발언을 유머러스하게 하는 것을 즐기고 있습니다. 라는 자기 소개를 좋아하고, 우마무스메 고루시를 보며 동질감을 많이 느끼는 만큼 역시 그러겠거니 하긴 했었는데 막상 그렇다고 나오니 좀 더 화끈하게 삶을 즐겨도 된다고 생각하게 된다. 아무래도 삶은 지루해서 재미를 위해 아무말이나 하는 편이니까.

그 외에는 잘 지내고 있다. 오른쪽 귀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파, 검진을 받아야하나 하고, 이번에 건강검진에서 내시경도 받아야하나 하고, 부모님이 나이를 들어가는게 체감되는 것 말고는, 별로 크게 다른 건 없지만, 많은 것이 달라진 느낌이다. 확실히 20대 초반과는 다른 감각, 좀 더 진심이고 진지해졌지만, 무겁지는 않기 바라는 마음으로 여전히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