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전공의 역사가 조금 다이나믹한 편인데 자동차 정비 >> 생산자동화 >> 컴퓨터 과학 이라는 과정을 거쳐왔기 때문이다. 내가 생산 자동화를 전공하여, 자동화 설비를 다루던 시절 MES 를 했던 업체와 당연히 가까이에서 지낼 수 밖에 없었는데 우리보다 빨리 퇴근하는 것이 부러워 프로그래밍을 하고 싶다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생산자동화를 전공하던 시절 잠깐 배웠던 C 를 토대로 정보들을 모으고 파헤치고 하다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다. 리눅스는 무난히 오퍼레이팅하고, 프로그래밍은 계속 배우는 정도의 수준이다.

컴퓨터 과학을 프로그래밍으로 압축해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컴퓨터 과학에서 가장 눈에 띄게 드러나는 작업이 프로그래밍이기에 프로그래밍을 많이 이야기한다. 사실 컴퓨터 공학으로 한국에서는 이야기하는데 컴퓨터 공학은 전자공학적으로의 컴퓨터, 반도체 설계 이런 부분들을 이야기하고 흔히 이야기하는 컴퓨터 공학, 전산학은 컴퓨터 과학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이것은 한국에서 프로그래밍이 자바 2 명 타요와 맥락을 같이 해서 일지도 모른다. 여전히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되는 IT 비즈니스는 그런 류이기 때문이다. 비록 코로나 시기와 맞물려 풀린 돈들로 인해 스타트업이 잠깐 뜨고 각광 받았지만, 한국 IT 의 대다수는 자바 2 명 타요 라고 불려지는 SI 일 수 밖에 없다.

그럼 SI 는 무엇인가? SI 는 홈페이지 등을 만들어서 기업과 공공기관 등에 납품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반도체 장비나 건설업과 유사한 형태로 굴러간다. SI 류의 IT 프로젝트는 갑을병정을 거쳐 낮은 단가와 높은 노동강도를 유발한다. 그래서 SI 는 발주사의 예산을 따라가기에 영세한 곳이 많고, 서비스 기업은 (네이버, 카카오 등) 스스로 비즈니스를 해야하기에 규모가 클 수 밖에 없다.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여 알고리즘 같은 것을 연구하는 연구자의 길을 걷지 않는 이상 대다수는 프로그래머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점을 미루어 봤을 때 컴퓨터 과학은 중계업 이상의 무언가를 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것은 업계인으로써의 냉소일지도 모르지만, 위성을 통해 전세계가 통신하고, 세탁기를 통해 가사노동 시간이 줄어 사회에 진출한 것처럼 인류에게 무언가의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전세계가 통신할 수 있게 되었잖아요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전세계의 통신은 더 많고 다양한 물건들을 팔게 해주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마약, 성, 전쟁, 종교, 가십 같은 것들 말이다.

또한 프로그래머는 계속 일과 삶의 경계가 무너지기 좋은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를테면 퇴근할 때 노트북을 들고 퇴근하는 서버 프로그래머 같은 것이다. 이것 또한 인터넷과 컴퓨터가 있으면 어디서든 일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것도 전세계적인 통신과 크게 다른 맥락은 아닌 것 같다. 게다가 최근엔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인류의 일자리도 위협하고 있다.

어쩌면 프로그래머는 너드들의 좋은 일자리라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은 메일이 왜 수신 확인이 잘 안 되는지나 자기가 사용하는 홈페이지 관리자 비밀번호가 q1w2e3r4 여도 안전하다고 믿는다. 아직 PHP 5가 최신이라고 믿고 자신의 웹사이트를 10년째 유지보수나 업그레이드 하지 않았음에도 잘 나오길 믿는다. 그렇기에 프로그래머들은 잘난체를 하고 트위터에서 싸우며 자기가 이렇게 잘난 존재라는 걸 인정 받고 싶어하는게 아닐까 란 생각을 해본다. 이미 일과 삶의 경계가 무너져 일을 빼고 나면, 컴퓨터를 빼고 나면 자신의 삶에 남는게 아무것도 없으므로

이 글은 대부분 냉소적인데, 사실 얼마 전에 컴퓨터 파워를 교체했는데 제대로 동작하지 않아서 짜증나서 그런 것도 있고, 일하면서 느낀 회의와 불안들이 섞인 글이다. 그래도 운좋게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하는 전공 공부하고 일하고 있으니 나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중에는 응용수학이나 수치해석 같은 걸 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 쪽이 좀 더 재밌어 보이기도 하고, 여전히 컴퓨터? 중계업.? 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다른 건 모르겠고, 어서 게임용 컴퓨터 파워를 교체해야하는데 매일 같이 출근해서 손 댈 시간이 없어가지고 짜증나서 쓴 글이기도 하다. 일단은 마음을 차분히 먹고 차근차근 해보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