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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란 무엇인가 그것은 조조다. 다들 조조에 대해 물어보면 조조는 조조지 라고 밖에 이야기를 안했다. 조조가 뭔데, 리즈와 파랑새가 뭔데 그러면 그건 아름다운 백합이야 라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인터스텔라가 뭔데! 라고 물어보면 그건 아름다운 인류와 우주의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조조가 뭔데! 라고 물어봤을 때 뭔가 명확한 답을 듣기를 원했다. 마치 에반게리온이 뭔데! 라고 물어보면 그건 정병 애니야 라는 답처럼, 하지만 다들 조조는 그냥 조조지 라고 이야기 했다. 열이 받아 이 애니메이션은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고, 넷플릭스에서 1부와 2부를 보았다. (1부, 2부가 묶여서 시즌 1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 조조를 모두 보고 후기를 쓰고 싶었다. 혹은 다들 봤다는 조조 4부까지라도 보고 쓰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감당하기 무척이나 어려운 이야기였다. 조조는 조조다. 조조는 인간찬가다. 조조는 잘 만들어진 BL이다.

조조는 인간성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조조는 조스타 가문과 이족보행을 하는 인간형 생물을 통해 인간성에 대해 질문을 한다. 인간이길 포기한 디오브란트(1부), 인간이 아닌 기둥 속 사내와 싸우는 조스타 가문을 통해 인간성은 이런거다 라고 끊임없이 주장하고 있다. 인간성이란 인간이기에 가지고 있는 행할 수 있는 성질을 이야기한다. 의리, 사랑, 우정, 의지, 용기 같은 것들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인간은 의지가 있다면 불가능한 게 없다는 걸 끊임없이 이야기 하면서 교양과 신사도 같은 것들을 이야기한다. 결국 인간은 고통을 받으면서 성장하고, 강해지고, 결국 자기 목표와 궁지를 이루는 것을 보여주면서 인간을 찬양한다. 사실 이건 길게 적을 것이 없다. 작가가 공인한 인본주의 적 작품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열어나가고 지혜와 마음을 이용해 사건에 맞서는 게 중요한 겁니다. 인본주의적 사고죠. 사람은 멋있습니다.”

“인간이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슬픔이에요. 그렇기에 인생을 통해 기쁨이나 태어난 의미를 찾아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기에 조조는 잘 만들어진 BL이다. BL이란 무엇인가? BL은 Boy’s Love, 남자들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이것은 실제 호모섹슈얼을 다루느냐? 라고 했을 때 그렇지 않다. BL은 남성 동성애에 대한 섹슈얼하고 로맨틱한 망상을 다루며 주로 여성향적이다. 여성향적이란 무엇인가? 보통 치밀하게 감정의 묘사와 내밀함을 표현하면 여성향이라고 이야기한다. 조조에서는 여자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나오는 여자는 보통 금방 죽는 엑스트라 거나, 주인공의 직계 가족 중 한 명이거나, 한 명이 되는 전개가 나온다. 조조는 남자와 남자들 간의 싸움! 의지! 궁지! 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끼부리는 근육질 두 남성을 보고 BL 을 떠올리지 않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슬램덩크를 보고 (아직 저는 보지 않았습니다만은) BL 을 떠올리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근육질 남성들의 우정, 라이벌, 끝까지 가는 싸움, 저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합쳐서 벌어지는 이 기묘한 모험은 BL 로 보기에 충분하다. 사실 그래서 중간 중간에 보기에 역할 때가 종종 있었다. 그렇지만 조조는 조조이기에 THIS IS 조조,, 라고 이해해버렸다. 처음 조조가 BL적인 캐주얼적인 호모 요소가 있다고 느낀 건 1부 마지막에 결국 조나단 조스타와 디오브란트가 같이 폭발에 휘말리면서 했던 대사였다.

디오… 네 말대로 우리는 둘이서 하나였는지도 모르겠어. 기묘한 우정마저 느껴지는구나… 이제 우리의 운명은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배의 폭발로 사라지는 거지…

이것이 BL 에 나올만한 대사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하지만 대놓고 드러내지 않고, 우정으로 잘 포장하고, 라이벌로 잘 포장함으로서 잘 만들어진 BL 이라고 생각한다.

조조는 꽤나 기묘한 이야기이다. 여기서 파생된 밈들을 보면서 아 이거 하면서 웃는 경우도 많았고, 결국 이건 가문과 신사도와 재능에 대한 일종의 프로파간다 적인 요소를 보면서 아 1987년 적인 생각이긴 하네 라는 생각도 들었고, 어쨌든 능력자 배틀물과 조스타 가문에 대한 이야기가 주는 한계이자 적절한 배경 설정이란 생각도 들었지만, 2차 대전 당시 독일을 다루는 방식을 보고 같은 주축국으로써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 것 같다.

조조란 무엇인가, 정말 조조는 기묘한 이야기다. 돌가면에 대한 기묘한 이야기이자 조조는 조조다. 꽤나 만족스럽게 봤음에도 불구하고 3부와 4부를 볼지는 잘 모르겠다. 3부와 4부부터 더 재밌어요! 라고 하기는 하지만, 약간 여유가 필요하고, 내성이 필요하다. 이 기묘한 이야기를 보기 위해서는 기묘한 우정에 대한 내성이 필요하다. 아마 그건 시간이 좀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일단 1부와 2부를 본 것에 대해 후기를 남겨본다. 처음엔 아 이만한 인간 찬가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위로를 받았지만 보면 볼 수록 조조가 취향에 완전히 맞기는 조금 어렵겠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후기를 적어보았다.

후기를 쓰는 방식에 대해서도 조금 고민해보고 있다. 너무 터무니 없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닌가? 너무 주장에 근거를 잘 갖다 붙이지 않는 것이 아닌가 라는 고민, 조금은 여유롭게 적는 연습 같은 것들이 필요할 것 같단 생각을 해본다. 어쨌거나 이 후기는 이렇게 마무리 해본다.

그래서 누군가 나에게 조조에 대해 물어본다면 아 인간을 찬양하는 BL 영애물이지 정도로 압축해서 이야기 해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