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지금은 봄이다. 조금 춥긴 해도 일단 벚꽃이 피어 있는 걸로 봐선 봄이다. 이미 입춘도 경칩도 지났겠다. 봄이 아니라고 부정하긴 어렵다. 사실 봄은 꽤나 어려운 계절이다. 실제로 3월에서 5월 사이에 가장 자살자가 많다. 계절성 우울, 나에게 봄은 그런 이미지이다.

회사 다니면서 가장 힘든 순간은 늘 사직서를 내고 의무적으로 다녀야하는 한 달이다. 연차라도 쓰면 좋으련만 꼭 이런 달은 연차는 무슨, 인수인계도 제대로 다 못할 정도로 일을 냅다 던져준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다가 결론을 낸다. 아 봄이구나.

가끔 이게 봄 때문이 맞나라는 고민도 해본다. 사직서를 냈으나 계속 회사를 다니는 것이 짜증나서인지, 정치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순간들이 계속 와서인지, 외롭고, 디스포리아가 와서인지, 정말 이게 봄 때문이 맞는지라는 고민을 해보지만 봄 때문이 맞다. 사실 이렇게 봄이라서 그렇구나 하면서 하루하루 보내야할 때도 있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봄바람에 만나서 가을 바람에 헤어진다는 말을 하는데 그만큼 봄은 싱숭생숭하고 외로운 계절이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예전보다 제법 괜찮아진 점이 있다면, 이제 생각이 된다! 사람이 생각이 안 될 수 있나요? 라고 물어볼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이래서 이런 것 같다 의 내면 정리가 좀 더 수월해졌다. 사실 그런 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가도 이런 것들이 나한테는 자연스럽고 편한 방식이라 하게 된다.

요근래는 외로움을 참 많이 타고 있는데 사람이 너무 어릴 때부터 일하면, 그러니까 삶보다 일을 먼저 배우면 그렇게 되는게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사실 이것 때문에 블로그에 일기라도 써야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끔 보면 스스로 정말 일하는 기계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 생활에서 일을 빼면 남는게 없다. 주말에는 뭐하세요? 물어보면 놀랍게도 주말에도 출근한다. 스무살이 되자마자 그랬다. 전통적으로 크리스마스에도 일을 했던 것처럼. 오히려 이렇지 않은 삶이 더 어색했던 것 같다. 출근하고, 퇴근하면 불안감에 공부하고, 달과 도시의 불빛을 벗 삼아 일하고, 그러니 시간이 나면 술을 먹고, 애인을 사겼던 걸지도 모른다. 이렇게 쓰고 보니 외롭지 않은게 더 이상하게 느껴진다.

사실 산다는게 그렇게 어려울리는 없다. 이렇게 어렵게 생각하고, 어렵게 살 수는 없다. 단지 그것을 알지 못하니까 어렵게 살게 되는 게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사는게 어려운 걸까? 어렵게 사는 걸까? 사실 이미 이 고민을 한 시점에서 어렵게 살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예전엔 프로그래밍이 어떻고, 일이 어떻고 했었는데 약간 모든 것을 놓고 싶어하는 상태라고 하는게 맞을 것 같다. 그리고 이 모든 걸 통틀어 아 봄이라 그래 봄이라 하고 있다. 그치 봄이라 그렇다. 봄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