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법 화가 많은 사람입니다. 다들 제가 화를 내는 모습은 상상하지 못하지만 저는 화가 되게 많은 사람입니다. 저는 화가 나면 강하게 해리 증상이 오는 사람입니다. 해리 증상이 온다는 건 머리는 인지를 못하고, 몸은 붕 뜬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마치 현실에 있지만,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 저의 분노 증상입니다. 누군가에게 화를 낸 경험은 굉장히 귀합니다. 화를 내는 데도 에너지가 필요한 것을 감안한다면, 그동안 그런 에너지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인생 처음으로 샷건을 치던 날의 기억이 저는 소중합니다. 몬스터 헌터 사냥 중에 처음으로 다른 몬스터가 난입하여 죽었을 때 샷건을 쳤습니다. 사냥 목표였던 몬스터도 난입한 몬스터도 기억이 나진 않지만, 그냥 그런 경험 자체가 소중합니다. 해리가 오면 강하게 주먹을 꽉 쥐었다 폈다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머리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기억하려고 합니다. 지금 있는 길의 정보, CCTV 위치 같은 것들을 기억하려고 합니다. 숨은 가빠집니다.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숨이 막혀옵니다. 그러다가 찬 바람을 쐬거나 담배를 피거나 해서 좀 진정이 되면 다시 돌아옵니다. 화를 잘 내거나 잘 흘려보낼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앞으로 내가 해야할 숙제라고 생각해봅니다. 지금까진 내 상태를 자각하는데 노력했으니 이제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노력하는 일을 해야하는 것 같습니다. 일정부분 나에게 연애와 섹스는 그런 부분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전엔 더 화가 많았습니다. 스무살이 되자마자는 특히 더 많았습니다. 회사일도, 개인적인 일도 맘대로 된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미친듯이 연애를 하고 섹스를 했었던 것 같습니다. 친구가 나에게 자기도 화가 나면 인지능력이 박살나는데 그럴 때 자해를 해서 인지를 되돌리고 쾌감을 얻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섹스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너무 어떤 느낌인지 잘 알 것 같습니다. 동시에 그게 내 이야기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나는 애인들에게 많은 것들을 퍼주면서 많은 애정을 요구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일지도 모릅니다. 사는 건 으레 그런 느낌이니까요. 오늘도 분노를 흘려보내려고 합니다. 과연 저는 이걸 잘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