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재주는 없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글을 쓰려고 하는 이유는 분서갱유를 너무 많이 저질렀기 때문이 아닐까? 그동안 꾸준히 과거의 기록들을 없애왔다. 그래서 나에게는 과거의 자료들이 별로 없다. 그런 것들이 후회되는 순간들이 더러 있었고, 그렇기에 꾸준히 글을 써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 단지 그뿐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겨울이 참 싫다. 여름엔 항상 즐거운 일들이 일어났다. 무언가를 새로 시작했고, 추위에 벌벌 떨지 않으며, 얼굴이 벌겋게 그을려 밖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냥 나쁘지 않았다. 겨울은 춥고, 우울하며, 짜증나고, 만사가 하기 싫다. 땀 따위는 문제가 전혀 되지 않는 것이다. 겨울은 항상 나에게 슬픈 일이 일어나는 계절이기도 했다. 2022년은 나에게 터닝포인트였다. 2021년이 나에게 이별이었고, 2020년이 나에게 사랑이었고, 2019년이 나에게 노동이었으며, 2018년은 나에게 도전이었던 것처럼, 2022년엔 많은 것들을 시작하고 정리했다, 방통대에 다녔고, 전회사를 퇴사해 이사했고, 새 회사에 들어왔고, 골머리 앓던 문제를 해결했고, 애도를 끝냈으며, 상담을 종료했다. 그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20살부터의 묵혔던 무언가들을 정리하는 과정이었으며, 동시에 새로 시작하는 신호탄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2022년의 끝에 또 한번 이사를 가기고 결심했다. 지금 집은 여름에 너무 습하고, 겨울에 너무 추웠으므로 2023년 목표는 생존이다. 사람이 삶보다 일을 먼저 배우면 나처럼 된다는 말을 무척이나 공감하는 편이다. 그래서 삶을 사는 방법을 배운 2022년이었다, 그렇기에 2023년은 생존을 목표로 해보고자 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생존은 주로 돈에 의해 이루어진다. 현대 사회에 있어서 절대적인 존재이기에, 이렇게 많은 시작과 끝에 돈이 함께했다. 그래서 2021년 대비 2022년은 실질적 소득은 거의 그대로인데 비해 고정 소비는 50만원 정도 늘었고, 부채는 2000 만원 정도 늘었다. 더구나 경제 침체와 고금리는 예정된 수순이다. 그렇기에 2023년은 생존보다 적절한 목표를 찾기가 어려웠다. 매월 어떻게든 카드값을 내면서도, 내는 내가 신기할 정도이다. 나에게 가장 큰 불안이 있다면, 그건 어떻게든 되겠지가 안 되면 어떻게 하지이다. 어떻게든 내가 생각한대로 되야하는데 그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이를 수 없을 때 꽤나 불안해한다. 그럴 때 역설적으로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하지만 불안과 위안이 공존하는 상태이다. 불안정함과 도전적임, 역동성은 같은 상태를 다른 맥락에서 읽어낼 때 생기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역동적인 2023년이 될 것임을 미루어 의심치 않다. 내가 제일 두려워하는 것이 있다면,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상황이다. 설사 그런 상황에 대비한 매뉴얼을 만들어 놓았음에도 그렇다. 본디 그런 다이나믹함을 바탕으로 여기까지 온 것임을 믿어 의심치는 않다만, 원래 삶은 그런 것이 아닐까? 원래 삶은 그런 것이 아닐까? 삶은 소위 억까라고 이야기하는 억지로 까면서도 막상 죽을만큼 지쳐 쓰러지면, 다시 무언가 희망을 준다. 사실 말은 이렇게 거창하게 했지만, 더이상 돈 때문에 울고불고 하고 싶지 않은 2023년이길 바란다.

커리어에 대한 고민도 슬슬 접을까 싶다. 솔직히 잘 모르겠다. 원래 삶은 계획대로 이루어 지지 않는 것이고, 특별히 더 역동적인 시기이기 때문이다. 요새는 그런 것들을 생각해보고 있다. 평온하게 롱런하는 방법에 대해서, 어디에나 그런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평온하게 그럴 수 있지라고 넘기는 사람들, 요새는 그런 상태가 되고 싶다. 삶과 일은 어떻게든 굴러간다는 것을 믿으며, 최악의 상황이라도 스트레스는 받을지언정 희망은 잃지 않는 친구들 말이다. 암튼 삶은 마음대로 되지 않기에, 내가 막 어떤 일을 하고, 어떤 프로그래머를 하고, 그런 것을 계획하는 것에 대해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동시에 삶을 챙기면, 일은 알아서 따라오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원래 회사는 전문적으로 어떤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잡다하게 이것저것 하게 되는 곳이라는 것도 알게 될테니 말이다. 그래도 golang과 Rust는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생각보다 꽤 흥미로운 언어라서 꼭 한번 배워두고 싶기 때문이다. 동시에 원하는 결말이 나오지 않을까봐 시도하지 못했던 패키지 게임들도(Ex Life is strange, cyberpunk 2077 etc) 해봐야겠다. 정말 그러다가는 영영 플레이 못하기도 하고, 한번은 깨고, 원하는 결말이나 어떤 캐릭터의 성격, 배경 같은 것은 인터넷에서 검색하며 덕질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스포일러를 당해도 크게 상관이 없는 쪽이기에,, 오히려 스포일러 당하면 크게 안심하게 되어야한다고 해야하나, 좀 더 내용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의미로 미루어두었던 영화나 애니메이션도 조금씩 봐야지

잡다한 이야기가 길었다. 항상 이렇게 길게 다짐과 회고를 쓰긴 하지만, 이렇게 살지 못할 거라는 걸 안다. 이건 몸 컨디션부터 정신 컨디션까지 꽤나 나쁘지 않을때 쓴 글이기 때문이다. 여기 올라오는 글들은 그렇다. 더 괜찮을 때, 그리고 기술적인 이야기들은 내가 지킬이라고 부르는 블로그에 올린다. 여기의 별명은 하이드이다. 더 상태가 안 좋을 때는 단문 기반 소셜 미디어에 올린다. 거기는 말들이 빨리 사라져버려서 좋다. 그저 모든 게시물들이 스쳐지나가는 순간에 불과하기에 큰 부담은 없다. 이 블로그는 누가 왔다 갔는지, 어떤 유입경로로 오는지 같은 기능들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내 글들을 꾸준히 봐주시는 분들이 있다면 되게 감사하다. 사실 뭐 누가 찾아오지 않아도, 크롤링 봇들은 찾아오겠지, 원래 그런거니까. 그렇기에 한국말을 할 줄 아는 누군가가 이 글을 본다면, 행복하게 건강하게 보냈으면 좋겠다. 올 한해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고, 2023년도 잘 보내셨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을 담아 모두 안녕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