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이렇게 아플 수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허리가 아프다. 허리만 아프진 않고 목이랑 골반이랑 대충 다리랑 그런거 다 아픈데 다 아프다고 하긴 좀 그러니까 허리가 아프다. 그동안 제법 많은 일이 있었다. 상담을 종료했고, 워드프레스를 VPS에 올렸으며, 비정기적인 메일링을 시작했고, 도수치료를 시작했다. 회사 가기 싫다는 생각을 참 많이하고 있으며, 프로그래머가 된다면 괜찮아질까라는 망상과 직장을 낙원 삼는 건 별로 좋지 못한 일이지라며, 일은 일이다라는 생각과, 진짜 자바는 내가 살면서 꼭 안 만진다는 다짐과, 다시 찾아오는 척추의 고통 그 사이 어디쯤에서 아 나현씨 상태가 뒤지게 안 좋군요라는 걸 깨달아버렸다.

사실 내 몸을 잘 챙기고 건강하게 사는 것이 중요한 걸 알면서도, 아침에 일어나서 씻는 것조차 부담이라면, 매일 출근하는 것 자체가 큰 용기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도 열심히 하루를 보내는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다.

불안, 불안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내 능력적인 부분이 크다. 나는 내가 시스템을 만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처음 일을 시작한 이래 해왔던 일이 그것이므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컴퓨터라는 방대한 시스템을 만지기엔 너무 초라한 인간임을 알기에, 이제 막 대학교 1학년이 할만한 거리는 아니지만, 여전히 나는 시스템 프로그램을 만져보고 싶다. 웹도, 어플리케이션도 아닌 시스템이라 곰곰, 그게 내 능력에서 가능할진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데까지는 해보는 것이 맞지 싶다. 근데 지금은 아닌 듯, 지금은 건강이 우선이다. 그걸 알면서도 여전히 불안한 것이 사람이기에

블로그에 용도에 대해서도 고민이다. 내가 하이드라고 별명 지은 이 블로그는 이런 말을 쓰면 된다지만, 지킬은 어디까지 적어야할까? 뭔가 검색으로 알아낸 것들을 짜집기 해서 글을 적어도 되는 것일까? 어떤 스타트업 대표가 과거에 썼던 글처럼 누군가를 계몽하기 위해 글을 적는 것도, 어느 스타트업의 팀장이 적는 글처럼 자기가 삽질한 디테일한 내용들을 적는 것도 썩 내 스타일이 아니기에, 역시 너무 무겁게 생각하는 게 아닐까란 생각을 해본다. 사실 블로그는 내가 나중에 보았을 때를 상정하고 적는게 맞다면, 역시 그것이 짜집기한 내용일 뿐이라도, 적당한 내용을 적는게 나쁘지는 않겠지 그러니까 이를테면 IP 어드레스 A,B,C 같은 걸 적는게 되게 간단한 내용이지만, 한번쯤 정리가 필요한 내용인데 이런 것들을 적는게 나쁘지는 않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니까 뒤지게 아프고, 아프니까 정신은 불안하고 외로움에도 불구하고, 그렇기에 누군가의 방송을 보면서 위안을 얻고, 다음날 출근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써버림에도 불구하고, 나의 미래가 기대되는 것은 나의 허망한 꿈이 아니길 스스로 소망해본다. 모든 건 시간과 성실이 해결해줄 것임을 여전히 믿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