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호스팅 업체에서 일한지도 어느덧 5개월 정도 되었으니 조금 이거에 대해 적어도 되겠다 싶었다. 올해 1월 1일부로 퇴사하고, 1월 1일에 서울로 이사하고 퇴직금으로 펑펑 놀다가 아 이제 일해야겠다 싶어서 급하게 잡은 곳이었다. 면접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였는데, 자격중은 없었지만 다행히 예전에 내가 라즈베리파이를 가지고 놀았던 것을 좋게 생각해주셔서 서버엔지니어로 취업하게 되었다. 면접에서 자바나 PHP나 bash 스크립트를 사용하니 공부하면 좋겠다고 하셨고, 그래서 아 서버 관리도 하고 자동화나 뭔가 고객 서비스 유지보수를 위해 자바나 PHP도 쓰는 구나 싶었다. 그렇게 나는 예전에 유명했던 한 호스팅 회사에 서버 엔지니어로 들어가게 되었다.

서버엔지니어는 내가 생각하는 일이 맞기는 했다. 고객이 요청하면 그 요청을 수행하고, 서버 장애가 나면 복구하고, 교대근무를 하고, 데이터도 정기적으로 백업하고 그런 것들 말이다. 연봉은 최저임금이었지만, 그래도 연장근무를 하면 시간당 수당으로 준다는 것도 맘에 들었다. 하지만 역시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아니면 회사가 나랑 안 맞는 걸까 조금 고민하게 되는 지점들이 있어서 정리해보고자 한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고객지원 업무인데, 비 IT 계열 회사들의 웹호스팅이나 메일 호스팅을 하고 있다. 예전에 2000년대 마이홈 열풍이 불었을 때 크게 성장한 회사 같고 지금 주력 사업은 공공 SI 업무인 것 같은데 문제는 일단 기본적인 인프라도 00년대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몇몇 웹솔루션 서버들은 IE 호환성 체크를 해야지만 동작하고, MTA 또한 큐메일(Finial Release 1998, 1.03v)과 vpopmail을 연동해서 쓴다. os는 CentOS 4, 5, 6을 쓰고, 커널버전은 2나 3버전, php는 4.4.9, 5.2, 5.6 mysql도 4, 5, 이렇게 되고 웹페이지에서 뭔가 고객이 설정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 내가 도메인을 구매해서 A레코드를 등록하려고 하면, 문의글을 남기거나 메일 혹은 전화로 요청해야한다. 그리고 고객들은 잘 모르는데 쓰기도 어려우니 고객문의 전화를 하고, 그런 전화들을 처리해주는게 서버 엔지니어들이다.

이게 닭이냐 달걀이냐처럼 물리고 물리는 건데 고객은 어려우니 전화하고, 우리는 고객이 어려워하니 개편이나 이런 것들을 안하고, 또 주력이 아니니 개편할 여유가 없고, 그리고 보통 인바운드 업무처럼 나누어서 받는게 아니라 막내가 전화 받고, 막내가 전화받는 동안 전화가 오면 그 선임이 받고 그런 식이라, 막내는 그런 스트레스가 꽤나 심할 수 밖에 없다. 선임들은 그리고 그러는 동안 업무 대기 상태라 웹서핑하고, 나도 웹서핑만 하고 퇴근하는 경우들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고객들이 자기가 어떤 걸 원하는지, 어떻게 안 되는지 알기 위해 스무고개 하는 것도 꽤나 힘들다. 그리고 그러다보니 공공기관 웹사이트 유지보수 업무가 우리 팀에 오는데 이 일이 원래 상주 인원이 있었는데 뽑으면 퇴사하고 뽑으면 퇴사하고 하여, 일이 튕기다 튕기다 우리 팀에까지 왔다. 근데 이게 정말 퇴사할만한게, 홈페이지에 업로드하기 위해서는 jsp 파일에 있는 html 양식을 직접 수정하고 만들어야하고, 이미지 수정이나 이런 것들도, 우리가 다해야했다. 따로 전담 웹디자이너도 있는게 아니라서 협력사 웹디자이너에게 부탁해야하고, 공공기관 특유의 그 권위의식까지 합쳐져서 너무 귀찮은 일이 되어버렸다. 있으나마나한 cms 때문이 큰 것 같다. 종종 외근 나가는 공공기관 같은 경우에 cms도 잘 되어 있고, 전담 유지보수 인력과 웹디자이너도 있다보니, 꽤나 어렵지 않게 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내가 서버엔지니어로 들어왔다는 걸 생각하면, 조금 불합리 하긴 하지만, 업무 대기 시간이 많으니까 그런 유지 보수 업무를 하는게 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느낌이다.

그리고 서버가 이중화가 안 되어 있다. 이게 사실 한번 터지면 꽤나 짜증나는데, 서버 장애가 나면 고객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우리는 우리대로 전화 받으면서 조치해야하는데 보통은 디스크가 죽는거다보니 데이터를 다 옮기고 확인하는데까지 시간이 좀 많이 필요하다. 서버 이전 같은 경우에도 데이터들 옮기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그러면 고객은 왜 복구가 빨리빨리 안되냐고 화낸다. 그래서 고가용성이 필요한 경우에는 로드밸런서를 두고, 서버를 이중화하거나 클라우드에 서비스들을 많이 올리는데, 아무래도 회사에서 크게 투자를 안하고 유지보수만 하다보니 그렇게까지 투자하지 않는 것 같다. 정말 딱 돌아는 갑니다의 느낌으로 돌리는 것 같다.

그래도 기왕 다니기 시작한거 전회사 다닐때도 그랬지만, 아 후회는 없었다 싶은 정도로는 다닐거라 계속 다닐 계획이다. 독학으로 하던거만 하다보니 모르는 걸 배워가기도하고, 대출금이랑, 방통대(8월에 신입생으로 입학한다.) 다니기 시작하면서 계속 생활비는 들어가니까 회사는 계속 다녀야하기도하고, 몸이 좀 편해서 다니는 것도 있고, 교대근무가 솔직히 너무 피곤하긴 한데, 그래도 몸은 편하게 다니고 있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유로 당분간은 계속 다닐 것 같다. 한 3년 정도는

아시는 분 중에 한 분이 통신사 쪽 협력업체로 서버엔지니어로 해서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 이런 저런 모니터링 업무나 bash 스크립트 짜는 거나, 고객 요청 하는 것들 때문에 돈은 좀 받아도 꽤나 피곤하고 힘든 것 같아서,, 그래 그것보다는 낫지 어차피 거쳐가는 회사고 오퍼레이터 같은 느낌이니까, 후 이번달도 고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