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프로그래머라고 생각하고 살아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유사 기믹이나 대충 남에게 설명할 때나 그게 편하니까 그렇게 이야기를 했었지만, 엄밀히 이야기하면 프로그래밍을 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고 보는게 맞지 않나 싶다.

그래도 꽤나 운 좋게나 컴퓨터가 익숙한 세대 중 하나이다. 내가 7세일 때는 이미 주니어 네이버와 광랜이 깔려 있었고, 아마 학교에서 방과 후에 코딩 비슷한 걸 가르친 첫 세대 중 하나였을 것이다. 실제로 나노 웹 에디터로 홈페이지 만들기 수업이 이미 초등학교에 있었고, 포토샵 강의나 로보로보 키트를 이용한 수업들이 있었으니까 고등학교에서 가서 PLC를 만지기 전까지는 그냥 전기나 기계 쪽 엔지니어로 살겠지라는 마음으로 살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컴퓨터에 관심 많고, 뭔가 이것저것 많이 아는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럼에도 PLC를 만졌던 걸 프로그래밍이라고 부르긴 조금 모호한 부분이 있다.

코딩은 이것저것 해보았던 것 같다. 로보로보 교재를 조립하고 블록식 프로그래밍을 해보거나 엑셀 함수를 써보거나, PLC 래더를 만들어보는 것들은 해보았으니까

프로그래밍과 코딩은 엄격하게 따지면 분리되어 있는 것이 맞다. 코딩은 말 그대로 코드를 만드는 일이다, 단순히 컴퓨터 위에 올라갈 코드를 만드는 것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까, 하지만 프로그래밍은 그걸 넘어서 코드를 짜고, 분석하고, 응용하는 좀 더 엔지니어링이 가미된 느낌이었다.

물론 실제로 내가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을 제대로 알고 있는게 없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알고리즘이나 뭐 그런 것들, 자격지심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어쩌면 자격지심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렇게 프로그래머라는 타이틀이나 백엔드를 해야할까? 프론트를 해야하나 앱을 해야하나 같은 고민들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서버 엔지니어로 일하면서도 이게 맞나, 대충 고객 문의 처리만 해주고 내가 들었던 서버 엔지니어는 좀 더 전문적이고, 쉘스크립트로 자동화를 한다던지, 장애가 나도 최대한 지장이 없게 뭔가 이중화 같은 걸 계획하고 그런 것들을 하고, 그런 일들을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근데 요새는 그냥 놓은 느낌이다. 그래 프로그래머면 어떻고, 아니면 어떠하리, 어차피 오래하면 잘할 것이고, 어쨌든 평생 직업적으로 컴퓨터를 만질텐데, 어차피 일로써 하는 건데 예전처럼 일에 미쳐 사는게 그렇게 좋아보이지도 않고,

물론 그래도 방통대 컴퓨터 과학을 지원하고, 재밌어보이는 것들을 코드하고 튜토리얼을 따라하면서 해보는 중이긴 하다, 단순히 프로그래머가 아니라는 자격지심과 토이프로젝트도 막 해야할 것 같고, 막 퇴근하면 공부해야할 것 같고, 그런 불안을 정리하고 기록하기 위한 글이었다. 퇴근하고 피곤하면 쉬는 것이 맞다, 그래야 다음날 지장이 가지 않으니까, 하지만 무리해서 공부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안, 지금 내가 여기서 뭐하나에 대한 초조감을 스스로 달래고, 기록하기 위한 글인 것이다.

요새는 러스트나 C 같은 것들이 재밌어 보인다. 이걸 현업에서 쓰려면 약간의 운과 실력 같은 것들이 필요하겠지만, 러스트는 특히 소유권과 cargo를 통한 실행하는 것들이 마음에 든다 뭔가 C++은 해보려고 했지만 장황하고, 컴파일러마다 뭔가 빌드 결과물들이 달라 이건 도대체 어떻게 하는거야? 의 느낌이었다면 러스트는 좀 더 명확한 느낌 대신 뭔가 조금 빡빡하고 아직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다. C 같은 경우에는 어 대충 문법은 아는데요 같은 느낌, 실제로 뭔가 해본 건 없어서, 포인터도 약간 어 아는데요, 모른다고 생각하는게 편하실 거에요 같은 느낌, 운도 좀 있고, 실력도 좀 따라준다면 시스템 프로그래밍 같은 걸 해볼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지금은 재밌어 보이는 것들을 조금조금씩 해보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다보면 또 뭔가 되어 있을테니, 사실 지금 회사도 예전에 라즈베리파이로 FTP 서버 올리고, phpmyadmin 쓰고 했던 걸 좋게 봐서 들어온 거라, 아 삶은 이렇게도 굴러가는 구나 하고 있다.

러스트 말고도 재밌어 보이는 건 리액트이다. 웹 프론트의 정석은 HTML, CSS, 바닐라 JS로 시작하는 건데 이게 너무 지루하기도 하고, 딱히 이걸로 뭘 만들어볼까 싶은 생각도 안 들어서 리액트로 시작했는데 만족 중이다. 리액트 공식 홈페이지 자습서에 있는 틱택토를 해보면서 음 재밌다. 나중에 부족한 건 또 채울 기회가 있겠지 라고 생각하면서 해보는 중이다.

정말 재미 없어 보이는 건 자바 스프링인데 일단 이거다 싶은 입문서가 없기도 하고, PLC로 대기업 협력사로 좌로 굴러 우로 굴러 한 기억 때문인지 이거 잘못하면 Si 가서 고생 엄청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본능적인 거부가 있다. 스프링 꽤 괜찮은 강의는 인프런에서 찾았는데 꽤나 비싸서 역시 꼭 필요한 순간이 아니면 안하게 될 것 같다.

3년이나 4년 쯤 뒤에는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다. 아마 지금은 잘 모르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은 것도 있다. 어제 농담 삼아 세상에 모든 컴퓨터가 사라졌으면 좋겠어요 한 것처럼 참 묘하게 애증의 느낌이다. 그냥 약간 음 지금 하는 일이 정말 재미 없는데 그렇다고 지금 딱히 회사를 때려칠 수 있을 것 같진 않고, 프로그래머가 된다고 해도 역시 일은 재미가 없을 것 같다라고 보면 정확할 것 같다. 일단 목과 척추가 좀 괜찮아 졌으면 좋겠다. 나머지는 그다음에 생각해보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