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평화로움의 한 단면을 마주하면서 새로운 세계가 열린 느낌이었다, 사람이 저렇게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구나를 경험한 느낌, 동시에 스스로에게 정말 고생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20시부터 7시까지 술을 마셨고, 위스키 세 병을 비웠고, 내가 아는 모든 이야기들을 했다, 퀴어에 대한 이야기, 그는 엘라이이자 사회학도였고, 나는 엔지니어이자 논바부치였다, 내 생의 이야기들은 거칠고 그에게 낯선 것이 분명 했지만, 동시에 현장의 이야기였고, 나는 최대한 그것들을 잘 정리하여 이야기 하려고 노력했다, 내 이야기를 들은 그는 자기가 모르는 세상에 대한 놀라움과 그것이 자기가 연대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어쩌면

이번 주는 상담센터 연말 휴가 전 마지막으로 상담을 받았다, 올해를 마무리하는 느낌으로, 1월 초까지 센터 휴가 였기에 꼭 휴가 전에 받고 싶었다. 먼저 대화 주제의 카테고리를 좀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을 너무 카테고리 없이 이야기한 느낌 그래서 굳이 일하는 사람에게 내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지만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일하는 사람들이 나에게 좀 귀찮은 질문들을 할 때가 종종 있지만 음 그럴 때를 대비해 거짓말은 아니지만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 말들을 몇 개 준비하거나 연습해야지, 삶에 대한 이야기, 트랜스로서의 이야기, 일에 대한 이야기, 취미에 대한 이야기 이런 식으로 착착 정리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동시에 오로지 이해 받지 않아도 괜찮다 라는 것을 조금 차근차근 받아들이기로 했다 오로지 이해 받는다는 경험 자체가 무척 드문 일이기도 하고 , 동시에 내 삶은 너무나도 역동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가 이해 받고 싶어서 많은 것들을 쏟아내고 나면 가끔 이 이야기를 왜 했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짧은 하이함과 긴 무기력이 찾아 오기도 해서 이다, 상대가 내 이야기를 다 이해했는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리고 카메라가 하나 사고 싶다, 좋은 카메라를 산다면 그걸로 찍을 것이고, 아니라면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을 것이지만, 명시적인 의미로 나마 가지고 싶다, 찰나의 순간을 기록하는 마법의 물건이니까, 산다면 필름 카메라를 사고 싶다 롤라이 35 같은 카메라 같은 거, 요즘 필름을 인화하는 것도, 사는 것도, 목측식 카메라를 사용하는 것도, 그 모든 것이 불편한 시대가 되었지만 그냥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심이니까

기회 된다면 예전 연극에서 여성의 배역을 남성이 여장하여 했던 것, 크로스 드레싱이 주로 남성의 여성성 수행을 이야기 하는 것, 트랜스 여성이 트랜스젠더를 과대표하는 것에 대해 연결점을 찾은 연구들을 찾아보고 싶다 여성애자 정의를 찾아보다가 궁금하게 된 것인데 여성애자의 정의를 여성이거나 여성성에 끌림을 느끼는 것이라고 봤을 때 여성성에 대해 생각하다가 나온 것이다, 기회가 된다면, 찾아볼 것이니까

정말 새로운 바람이 분다, 나의 기존의 세계가 정리되고 무너지고, 동시에 새로운 세계가 세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기존의 억척스러움과 퀴어스러움에 대해 안녕을 완전히 고하지는 못하고 어딘가에서 베이스로 잘 살아있을 거라는 건 알지만, 더이상 나에게 주류가 아님과 내가 평온과 행복을 찾아간다는 것에 대해 조금은 축하를 표해도 괜찮지 않을까 한다.

미리 2022년씨 잘 부탁드립니다.